진화생물학에서 특정 생물 그룹이 '덜 진화되었다' 혹은 '더 원시적(primitive)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 그룹이 조상 형질(ancestral trait)을 더 많이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신시군(Neoptera, 날개를 접을 수 있는 곤충류) 내에서 메뚜기형(Orthopteroid, 주로 다정절류/Polyneoptera)노린재형(Hemipteroid, 주로 준신시류/Paraneoptera)보다 더 기저적(basal)이거나 원시적인 그룹으로 분류되는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입틀(구구)의 구조: 저작구 vs 흡수구

  • 메뚜기형(원시적 형질): 메뚜기형 곤충은 전형적인 저작구(씹는 입)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곤충의 조상이 가졌던 가장 기본적인 형태입니다. 큰턱(mandible)이 발달하여 음식물을 잘라 먹는 구조입니다.
  • 노린재형(파생적 형질): 노린재형 곤충은 흡수구(찌르고 빠는 입)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식물의 즙액이나 동물의 체액을 빨아먹기 위해 입틀이 가늘고 긴 주둥이(rostrum) 형태로 고도로 특수하게 변형된 것입니다. 이러한 변형은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파생 형질(derived trait)입니다.

2. 변태 방식의 복잡성

  • 메뚜기형: 전형적인 불완전변태(유치어와 성충의 모양이 비슷함)를 하며, 성장에 따른 형태 변화가 비교적 단순합니다.
  • 노린재형: 역시 불완전변태를 하지만, 노린재형 중 일부 그룹(예: 흰가루이, 깍지벌레 등)은 번데기와 유사한 정지기(quiescent stage)를 거치는 등 완전변태(Holometabola)로 이행하는 중간 단계의 복잡한 형질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즉, 진화적으로 더 뒤에 나타난 완전변태 곤충에 더 가까운 특징을 보입니다.

3. 신경계와 내부 기관의 집중화

  • 메뚜기형: 신경계의 마디(nerve ganglia)가 몸 전체에 비교적 분산되어 있어, 조상 형태인 사다리꼴 신경계의 흔적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 노린재형: 신경절이 가슴 쪽으로 모이거나 하나로 합쳐지는 등 집중화(cephalization/centralization) 현상이 더 뚜렷합니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더 효율적이고 진보된 구조로 간주됩니다.

4. 날개맥(Venation)의 단순화

  • 메뚜기형: 날개에 복잡하고 많은 수의 날개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고대 곤충들이 가졌던 특징입니다.
  • 노린재형: 날개맥의 수가 줄어들고 구조가 단순해지며 효율적으로 변했습니다. 진화 계통상 날개맥의 단순화는 대개 더 나중에 나타난 형질로 봅니다.

5. 부속지 및 기타 형질

  • 메뚜기형 곤충은 미모(cercus, 배 끝의 한 쌍의 돌기)가 잘 발달해 있는 등 조상의 부속지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노린재형은 이러한 부속지가 퇴화하거나 매우 특수하게 변형되어 있습니다.

요약

메뚜기형이 노린재형보다 '덜 진화되었다'고 하는 이유는 그들이 열등해서가 아니라, 곤충의 초기 조상이 가졌던 해부학적 특징(씹는 입, 분산된 신경계, 복잡한 날개맥 등)을 오늘날까지도 더 많이 보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노린재형은 이러한 기본 구조를 바탕으로 특정 환경(액체 먹이 섭취 등)에 맞춰 더 많이 변형(파생)된 그룹입니다.

계통수 상에서도 메뚜기형(Polyneoptera)은 신시군의 초기 가지에서 갈라져 나왔고, 노린재형(Paraneoptera)은 완전변태 곤충류(완전변태류, Holometabola)와 더 가까운 형제 그룹(Sister group)을 형성하여 진화적으로 더 최근에 분화된 특징들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