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목의 구애 의식 단계를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대면과 촉각 신호 (The First Phase)
먼저 수컷과 암컷이 서로 마주 봅니다. 이때 두 마리는 더듬이(촉각)를 서로 미세하게 떨며 상대방의 몸을 건드리는 행동을 반복합니다. 이는 서로의 성별과 번식 가능 상태를 확인하는 화학적, 물리적 신호 교환 과정입니다.
2단계: 추격전과 '춤' (The Dance and Chase)
상대방을 확인하면 일종의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수컷이 암컷으로부터 도망가는 듯한 동작을 취하면 암컷이 그 뒤를 쫓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수컷이 멈춰 서서 꼬리 부분의 부속기(항문 밑 돌기)를 암컷의 머리에 대고 흔들기도 합니다. 이 과정은 수 분 동안 지속되며, 마치 두 마리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춤을 추는 것처럼 보입니다.
3단계: 실 짜기와 정자낭 전달 (The Final Act)
이 부분이 가장 정교하고 독특한 단계입니다. 1. 실 울타리 만들기: 수컷은 벽이나 바닥 모서리 같은 적절한 장소에 자신의 몸에서 뽑아낸 실(Silk)을 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나 '울타리'를 만듭니다. 2. 정자낭 방출: 수컷은 실 아래 바닥에 자신의 정자가 담긴 주머니인 정자낭(Spermatophore)을 내려놓습니다. 3. 유도: 수컷은 암컷이 이 정자낭을 찾을 수 있도록 암컷을 실이 있는 쪽으로 유도합니다. 암컷이 실에 걸리거나 실의 감촉을 느끼면 정자낭이 있는 위치를 정확히 찾게 됩니다. 4. 수정: 암컷은 수컷이 놓아둔 정자낭을 자신의 생식기로 받아들여 수정을 완료합니다.
왜 이렇게 정교할까?
좀목은 날개가 없는 원시적인 곤충으로, 교미기가 발달하지 않아 직접적으로 정자를 전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수컷은 암컷이 정자낭을 놓치지 않고 안전하게 수거할 수 있도록 실을 치고 춤을 추며 유도하는 정교한 전략을 진화시킨 것입니다.
이 과정은 어두운 곳에서 주로 이루어지지만, 시각보다는 더듬이의 감각과 실의 진동을 이용해 매우 정확하게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