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목(Silverfish, 학명: Lepisma saccharina)은 겉보기에는 원시적인 곤충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구애 의식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3단계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은 직접적인 교미를 하지 않고 '간접 수정'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수컷이 암컷을 유도하는 과정이 매우 치밀합니다.

좀목의 구애 의식 단계를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대면과 촉각 신호 (The First Phase)

먼저 수컷과 암컷이 서로 마주 봅니다. 이때 두 마리는 더듬이(촉각)를 서로 미세하게 떨며 상대방의 몸을 건드리는 행동을 반복합니다. 이는 서로의 성별과 번식 가능 상태를 확인하는 화학적, 물리적 신호 교환 과정입니다.

2단계: 추격전과 '춤' (The Dance and Chase)

상대방을 확인하면 일종의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수컷이 암컷으로부터 도망가는 듯한 동작을 취하면 암컷이 그 뒤를 쫓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수컷이 멈춰 서서 꼬리 부분의 부속기(항문 밑 돌기)를 암컷의 머리에 대고 흔들기도 합니다. 이 과정은 수 분 동안 지속되며, 마치 두 마리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춤을 추는 것처럼 보입니다.

3단계: 실 짜기와 정자낭 전달 (The Final Act)

이 부분이 가장 정교하고 독특한 단계입니다. 1. 실 울타리 만들기: 수컷은 벽이나 바닥 모서리 같은 적절한 장소에 자신의 몸에서 뽑아낸 실(Silk)을 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나 '울타리'를 만듭니다. 2. 정자낭 방출: 수컷은 실 아래 바닥에 자신의 정자가 담긴 주머니인 정자낭(Spermatophore)을 내려놓습니다. 3. 유도: 수컷은 암컷이 이 정자낭을 찾을 수 있도록 암컷을 실이 있는 쪽으로 유도합니다. 암컷이 실에 걸리거나 실의 감촉을 느끼면 정자낭이 있는 위치를 정확히 찾게 됩니다. 4. 수정: 암컷은 수컷이 놓아둔 정자낭을 자신의 생식기로 받아들여 수정을 완료합니다.


왜 이렇게 정교할까?

좀목은 날개가 없는 원시적인 곤충으로, 교미기가 발달하지 않아 직접적으로 정자를 전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수컷은 암컷이 정자낭을 놓치지 않고 안전하게 수거할 수 있도록 실을 치고 춤을 추며 유도하는 정교한 전략을 진화시킨 것입니다.

이 과정은 어두운 곳에서 주로 이루어지지만, 시각보다는 더듬이의 감각과 실의 진동을 이용해 매우 정확하게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