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에 저항성을 가진 말라리아 모기는 현대 공중보건학과 진화생물학에서 매우 중요한 사례로 다루어집니다. 한때 '마법의 살충제'로 불렸던 DDT가 어떻게 그 효력을 잃게 되었는지,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배경: DDT의 등장과 초기 성공

  • 살충제의 혁명: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중 개발된 DDT는 매우 저렴하고 효과가 강력하며 인간에게 즉각적인 독성이 낮아 보였습니다.
  • 말라리아 퇴치 사업: 세계보건기구(WHO)는 1955년부터 DDT를 주력 무기로 삼아 전 세계적인 말라리아 박멸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실제로 유럽, 미국, 대만 등에서 말라리아를 거의 사라지게 만드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2. 저항성 발생의 원인 (진화적 관점)

DDT를 계속 뿌리자, 모기 집단 내에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가 일어났습니다.

  • 유전적 변이: 수억 마리의 모기 중에는 우연히 DDT에 강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개체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 선택 압력: DDT가 살포되자 보통의 모기들은 다 죽었지만, 저항성 유전자를 가진 모기들만 살아남아 번식했습니다.
  • 빠른 세대 교체: 모기는 번식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단 몇 년 만에 전체 모기 집단이 DDT에 죽지 않는 '저항성 집단'으로 대체되었습니다.

3. 저항성의 생물학적 메커니즘

모기가 DDT에 저항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대사적 저항 (Metabolic Resistance): 모기 몸속의 효소(예: P450, GST 등)가 발달하여 DDT 독소를 분해하거나 배출해 버립니다. 2. 표적 부위 저항 (Target-site Resistance): DDT는 모기의 신경세포 나트륨 통로를 공격하는데, 유전자 변이(kdr 유전자 변이 등)를 통해 이 통로의 구조를 바꿔 DDT가 결합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4. 결과와 파장

  • 말라리아의 재확산: 1960년대 중반부터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에서 DDT 저항성 모기가 급증하면서 퇴치 사업이 실패로 돌아갔고, 말라리아 사망자가 다시 폭증했습니다.
  • 환경 오염: 레이첼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에서 지적했듯이, DDT는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고 생태계에 축적(생물 농축)되어 조류와 어류 등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주었습니다.
  • 살충제의 딜레마: DDT 대신 더 독성이 강하거나 비싼 다른 살충제(피레스로이드계 등)를 써야 했으나, 모기는 이들에도 곧 저항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5. 현재의 상황

  • 제한적 사용: 현재 DDT는 환경 오염 문제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말라리아 피해가 극심한 일부 지역에서는 WHO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내 잔류 살충법(IRS)(벽에만 소량 바르는 방식)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 새로운 전략: 이제는 살충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유전자 조작 모기(불임 모기) 방사, 백신 보급, 살충제 처리 모기장(ITN) 등 다각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요약

DDT 저항성 말라리아 모기는 인간이 만든 강력한 환경적 압력에 생명체가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는 단순히 강력한 화학 물질만으로는 질병을 완전히 정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