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 DDT와 같은 살충제에 적응하여 살아남는 현상은 현대 진화 생물학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를 '살충제 저항성(Insecticide Resistance)'이라고 부릅니다.

곤충이 어떻게 DDT에 적응했는지 그 과정과 메커니즘을 단계별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적응의 원리: 자연선택 (Natural Selection)

많은 사람이 곤충이 살충제에 노출된 후 몸을 스스로 변화시켜 적응했다고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자연선택'에 의해 일어납니다.

  1. 변이의 존재: 살충제를 뿌리기 전에도 곤충 집단 속에는 유전적 변이로 인해 아주 소수의 '독성에 강한 개체'가 우연히 섞여 있습니다.
  2. 선택 압력: DDT를 살포하면 일반적인 곤충들은 모두 죽지만, 저항성 유전자를 가진 개체들은 살아남습니다.
  3. 번식과 유전: 살아남은 저항성 개체들이 서로 번식하여 그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물려줍니다.
  4. 집단의 변화: 이 과정이 반복되면 전체 곤충 집단에서 DDT에 죽지 않는 개체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집니다.

2. 구체적인 적응 메커니즘 (어떻게 살아남는가?)

곤충은 생물학적으로 여러 가지 방식을 동원해 DDT의 독성을 무력화합니다.

① 대사적 저항성 (Metabolic Resistance) - "해독하기"

곤충의 체내 효소가 DDT를 독성이 없는 물질로 분해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DDT-dehydrochlorinase: 이 효소는 독성이 강한 DDT를 독성이 거의 없는 DDE로 전환합니다. 저항성이 있는 개체는 이 효소를 훨씬 많이 생성합니다.

② 작용점 저항성 (Target-site Resistance) - "신경계 보호"

DDT는 곤충의 신경계(나트륨 통로)에 달라붙어 신경 전달을 마비시켜 죽게 만듭니다. kdr(knockdown resistance) 변이: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신경 세포의 나트륨 통로 구조가 미세하게 변합니다. 그러면 DDT 분자가 신경계에 결합하지 못하게 되어 독성이 발휘되지 않습니다.

③ 침투 저항성 (Penetration Resistance) - "방어막 강화"

  • 곤충의 외골격(표피)이 더 두꺼워지거나 화학적 구성이 변하여, 살충제가 몸속으로 흡수되는 속도를 늦춥니다. 흡수 속도가 느려지면 그동안 체내 효소가 독성을 해독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④ 행동적 저항성 (Behavioral Resistance) - "피하기"

  • 살충제가 뿌려진 지역을 본능적으로 피하거나, 살충제가 묻은 벽면 대신 묻지 않은 곳에 앉는 등 행동 양식을 변화시켜 살충제와의 접촉을 최소화합니다.

3. 역사적 사례와 결과

  • 말라리아 모기: 1940년대 DDT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말라리아 퇴치에 큰 공을 세웠으나, 불과 몇 년 만에 DDT에 저항성을 가진 모기들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 방역에 큰 차질을 빚었습니다.
  •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은 저서 《침묵의 봄》을 통해 곤충의 저항성 문제와 더불어 DDT가 먹이사슬을 통해 생태계 전체(특히 새들)에 미치는 잔류 독성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요약

곤충의 DDT 적응은 살충제라는 강력한 환경 변화 속에서 저항 유전자를 가진 개체들만 살아남아 번성한 진화의 결과입니다. 곤충은 짧은 세대 교체 주기와 엄청난 번식력 덕분에 인간이 만든 화학 무기에 매우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