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Pine Wilt Nematode, 학명: Bursaphelenchus xylophilus)의 생활사는 크게 소나무 내부에서의 증식 과정과 매개충인 하늘소(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와의 공생 및 이동 과정으로 나뉩니다.
소나무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하늘소라는 '셔틀'을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상세한 생활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감염 및 침투 (5월 ~ 7월)
- 매개충의 이동: 소나무재선충을 몸에 품은 하늘소 성충이 건강한 소나무로 날아가 어린 가지를 갉아먹습니다(후발육 섭식).
- 침투: 이때 하늘소의 기문(숨구멍)에 붙어있던 재선충들이 섭식 부위의 상처를 통해 나무 조직 내부로 침투합니다.
2. 나무 내부에서의 급격한 증식 (여름철)
- 이동: 나무 안으로 들어간 재선충은 수분과 영양분이 이동하는 통로인 '가도관'을 따라 빠르게 이동합니다.
- 증식: 재선충은 곰팡이나 나무의 유세포를 먹으며 엄청난 속도로 번식합니다. 암수 한 쌍이 20일 후에 약 20만 마리로 불어날 정도로 번식력이 강합니다.
- 고사: 재선충의 증식으로 나무의 수분 이동 통로가 막히고, 이로 인해 소나무는 급격히 시들어 결국 100% 고사하게 됩니다.
3. 매개충과의 만남 (늦여름 ~ 가을)
- 하늘소의 산란: 재선충에 의해 약해지거나 죽어가는 소나무에 하늘소 성충이 찾아와 껍질 속에 알을 낳습니다.
- 공존: 하늘소의 알이 부화하여 유충(애벌레)이 되고, 나무 속에서 번데기가 되는 동안 재선충들은 그 주위로 모여듭니다.
4. 월동 및 분산형 유충으로의 변태 (겨울 ~ 이듬해 봄)
- 월동: 재선충과 하늘소 유충은 죽은 소나무 안에서 겨울을 납니다.
- 형태 변화: 봄이 되어 하늘소가 번데기에서 성충이 될 무렵, 재선충은 일반적인 '증식형 유충'에서 이동에 적합한 '분산형 제4기 유충'으로 몸 구조를 바꿉니다.
5. 탈출 및 새로운 이동 (5월 ~ 7월)
- 탑승: 새로 태어난 하늘소 성충이 나무 밖으로 빠져나가기 직전, 주변에 있던 분산형 재선충들이 하늘소의 기문(숨구멍) 속으로 수만 마리씩 침투합니다.
- 탈출: 재선충을 몸에 실은 하늘소가 소나무 밖으로 탈출하여 다시 건강한 소나무를 찾아 이동하며 생활사가 반복됩니다.
요약: 두 가지 사이클
- 증식 사이클 (나무 안): 알 → 1기 → 2기 → 3기 → 4기 유충 → 성충 (조건이 좋을 때 반복)
- 분산 사이클 (하늘소 이용): 나무가 죽어 환경이 나빠지면 분산형 유충으로 변해 하늘소 몸에 붙어 이동
핵심 특징
- 공생 관계: 하늘소는 재선충에게 이동 수단을 제공하고, 재선충은 하늘소가 알을 낳기 좋게 소나무를 죽여줍니다.
- 치사율: 감염되면 치료약이 거의 없어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릴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 매개충 통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의 핵심은 재선충 자체보다 이를 옮기는 하늘소의 이동을 막는 것(항공 방제, 훈증 등)에 집중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