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곤충)의 다포식기생(Polyembryony)은 한 개의 수정란이 발육 과정에서 분열하여 수십 개에서 수천 개의 배(embryo)로 증식하는 독특한 생식 및 기생 방식을 말합니다.

주로 벌목(Hymenoptera)의 일부 기생벌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그 특징과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주요 특징

  • 일란성 다태아 방식: 한 개의 알이 숙주 내에서 여러 개의 개체로 복제되므로, 이렇게 태어난 개체들은 모두 유전적으로 동일한 복제본(Clone)이며 성별도 같습니다.
  • 폭발적인 증식: 단 한 번의 산란으로 숙주 한 마리에서 수백, 수천 마리의 기생벌이 나올 수 있어 번식 효율이 매우 높습니다.
  • 숙주와의 동조화: 대개 기생벌이 숙주의 알이나 초기 유충에 산란하면, 기생벌의 배는 숙주가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숙주가 번데기가 되기 직전에 급격히 성장하여 숙주를 먹어 치웁니다.

2. 진행 과정

  1. 산란: 암컷 기생벌이 숙주(주로 나비목의 알이나 유충)의 몸속에 한 개 또는 두 개의 알을 낳습니다.
  2. 배 분열: 숙주 내에서 기생벌의 알이 세포 분열을 시작하는데, 이때 단순히 하나의 배아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상실배' 단계에서 수많은 작은 배아들로 쪼개집니다.
  3. 유충 발육: 분열된 각 배아는 각각의 유충으로 발달합니다.
  4. 숙주 섭식 및 탈출: 숙주의 몸 안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며 자라다가, 숙주가 죽을 때쯤 숙주의 몸을 뚫고 나오거나 숙주 내에서 고치를 틀고 번데기가 됩니다.

3. 생물학적 전략: 병정 유충(Soldier larvae)

다포식기생을 하는 일부 기생벌(예: Copidosoma floridanum)에서는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됩니다. 분열된 유충 중 일부는 '병정 유충'으로 분화합니다. 이들은 생식 기능이 없으며, 성체로 자라지 못하고 죽습니다. 대신, 날카로운 턱을 가지고 숙주 내에 침입한 다른 종의 기생벌이나 경쟁 관계에 있는 유충을 공격하여 자신의 형제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4. 대표적인 예시

  • 깡충좀벌과(Encyrtidae): Copidosoma 속의 기생벌들이 대표적입니다. 배추금무늬나방 등의 유충에 기생하여 수천 마리의 개체로 불어납니다.
  • 혹벌과 일부: 특정 식물에 혹을 만드는 곤충에 기생하기도 합니다.

5. 다른 기생 방식과의 차이점

  • 단기생(Solitary parasitism): 숙주 하나에 알 하나를 낳고 한 마리만 나옴.
  • 다기생(Gregarious parasitism): 숙주 하나에 여러 개의 알을 낳아 여러 마리가 나옴.
  • 다포식기생(Polyembryony): 숙주 하나에 한 개의 알을 낳았는데, 안에서 알이 스스로 분열하여 여러 마리가 나옴.

6. 농업적 의미

다포식기생벌은 특정 해충의 밀도를 급격히 낮출 수 있는 강력한 천적 자원입니다. 단 한 번의 산란으로 수많은 개체가 발생하므로 해충 방제 효율이 높지만, 숙주의 크기가 어느 정도 커야 기생벌들이 충분히 먹고 자랄 수 있다는 제한점도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다포식기생은 "최소한의 산란 노력으로 최대한의 자손을 복제해내는 고도의 생존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