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대해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파이토플라스마는 뽕나무뿐만 아니라 대추나무(빗자루병), 오동나무 등 수백 종의 식물에 병을 일으키지만, 뽕나무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증상을 우리가 '오갈병'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 구체적인 원인과 기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체관(Phloem) 기생과 영양분 탈취
파이토플라스마는 식물의 영양분이 이동하는 통로인 '체관'에만 살 수 있는 특이한 세균입니다. 세균이 체관 내에서 증식하면서 영양분의 흐름을 막거나 가로챕니다. 이로 인해 잎으로 가야 할 영양분이 부족해지고, 잎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크기가 작아지며 누렇게 변하는(황화 현상) 증상이 나타납니다.
2. 식물 호르몬의 불균형 유도 (가장 핵심적인 이유)
파이토플라스마는 식물의 성장을 조절하는 호르몬(옥신, 시토키닌 등)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립니다. 성장 억제: 식물의 정상적인 마디 성장을 억제하여 줄기가 길게 자라지 못하고 짤막해집니다. 측아(곁눈)의 이상 발육: 원래는 자라지 않아야 할 곁눈들이 마구잡이로 자라나게 하여, 잎이 빽빽하게 겹치고 오그라드는 '오갈'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마치 빗자루처럼 보인다고 하여 다른 나무에서는 '빗자루병'이라고도 부릅니다.
3. 단백질(Effector)을 통한 유전자 조절 방해
최근 연구에 따르면 파이토플라스마는 특정 단백질(분비 단백질)을 내뿜어 식물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들을 파괴합니다. 이 단백질들은 잎의 모양을 결정하거나 꽃을 만드는 유전자를 조절하는데, 이것이 파괴되면서 잎이 기형적으로 변하고(오갈 증상), 꽃이 잎처럼 변하는 등의 기형적인 모습이 나타나게 됩니다.
4. 매개 충(마름무늬매미충)에 의한 전염
파이토플라스마는 스스로 이동할 수 없으며, 주로 마름무늬매미충 같은 흡즙 곤충이 뽕나무의 즙을 빨아먹을 때 옮겨집니다. 뽕나무 주변에 이 매개 충이 많고, 뽕나무가 이 특정 파이토플라스마 균주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뽕나무 오갈병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요약
파이토플라스마가 뽕나무 오갈병을 일으키는 이유는 식물의 영양 통로를 점거하고, 성장 호르몬과 유전자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해킹하여 식물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고 기형적으로 뭉쳐서 자라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참고: 과거에는 이를 바이러스 질환으로 생각했으나, 1967년 일본 학자들에 의해 테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생제에 반응하는 파이토플라스마(당시에는 MLO라고 부름)임이 밝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