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입에 묻어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매개충의 몸 전체를 한 바퀴 돌며 증식해야 하기 때문인데,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복잡한 이동 경로 (순환성)
파이토플라스마가 식물에 감염을 일으키려면 매개충의 침샘에 도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섭식 시 파이토플라스마는 입을 통해 소화기관(장)으로 먼저 들어갑니다. 이후의 과정이 매우 복잡합니다. 장벽 통과: 장으로 들어간 파이토플라스마는 장 벽(중장 상피세포)을 뚫고 나가야 합니다. 혈림프 이동: 장을 빠져나온 파이토플라스마는 곤충의 피에 해당하는 '혈림프'를 타고 온몸을 순환합니다. 침샘 침투: 마지막으로 침샘 벽을 다시 뚫고 침샘 내부로 들어가야 비로소 식물을 흡즙할 때 침과 함께 배출될 수 있습니다. 이유: 이러한 물리적인 이동과 여러 겹의 생체 막(Barrier)을 통과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2. 체내 증식 과정 (증식성)
파이토플라스마는 매개충 내에서 단순 체류하는 것이 아니라 개체 수를 늘려야 합니다. 처음 섭취한 파이토플라스마의 양은 식물에 병을 일으키기에 부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혈림프나 침샘 등 매개충의 조직 내에서 세포 분열을 통해 일정 농도(임계치) 이상으로 증식해야만 전염력을 갖게 됩니다. 파이토플라스마는 세균 중에서 크기가 매우 작고 증식 속도가 일반적인 세균보다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라 이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3. 생물학적 장벽 (Biological Barriers)
곤충의 몸은 외부 침입자인 파이토플라스마를 막으려는 방어 기전이 있습니다. 중장 장벽(Midgut barrier) 및 침샘 장벽(Salivary gland barrier): 파이토플라스마가 이 장벽들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수용체 결합 및 세포 내 침투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매우 선택적이고 복잡합니다. 이 장벽들을 하나씩 극복하고 최종 목적지인 침샘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보독기간을 길게 만드는 핵심 요인입니다.
4. 곤충과의 공생 및 적응
파이토플라스마는 매개충을 죽이지 않고 살려두면서 자신을 옮기게 해야 합니다. 곤충의 세포 내에서 생존하고 적응하며 대사 과정을 조절하는 시간이 필요하며, 이는 곤충의 종류나 온도 등 환경 조건에 따라 짧게는 1~2주, 길게는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요약
파이토플라스마의 보독기간이 긴 이유는 "곤충의 장을 통과하여 혈액을 타고 침샘까지 이동해야 하는 물리적 거리"와 "병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개체 수를 불리는 증식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파이토플라스마 매개충은 한 번 보독하면 죽을 때까지 전염력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바이러스처럼 먹자마자 바로 옮기는(비지속성 전반) 방식에 비해 초기 전염 속도는 느린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