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토플라스마(Phytoplasma)가 인공 배양(in vitro culture)이 극도로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는 이들의 독특한 생물학적 특성과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유전자 결손 때문입니다.

주요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게놈의 극단적 퇴화 (Genome Reduction)

파이토플라스마는 스스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많은 유전자를 잃어버렸습니다. 식물의 체관(phloem)이나 매개 곤충의 몸속이라는 영양분이 풍부한 환경에서만 살다 보니,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거나 물질을 합성할 필요가 없어져 관련 유전자가 퇴화한 것입니다.

  • 대사 경로의 결여: 에너지 생산에 필수적인 TCA 회로(구연산 회로)산화적 인산화(ATP 합성) 관련 유전자가 대부분 없습니다.
  • 합성 능력 부재: 아미노산, 지방산, 뉴클레오타이드(DNA/RNA 구성 성분) 등을 스스로 합성하지 못합니다.

2. 숙주 의존성 (Obligate Parasitism)

파이토플라스마는 생존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와 에너지를 전적으로 숙주(식물 또는 곤충) 세포로부터 공급받아야 하는 '절대 기생체'입니다. 인공 배지에서는 숙주 세포가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복잡하고 미세한 영양 공급 체계를 완벽하게 재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3. 세포벽의 부재

파이토플라스마는 세균임에도 불구하고 세포벽이 없습니다. 오직 세포막으로만 둘러싸여 있어 외부 환경 변화(삼투압, 온도, 화학적 물리적 충격 등)에 매우 취약합니다. 인공 배지의 환경이 식물의 체관 내부와 조금만 달라도 세포가 쉽게 파괴됩니다.

4. 까다로운 서식 환경 (체관 특이성)

파이토플라스마는 식물의 체관(Phloem)이라는 매우 특수한 환경에서 서식합니다. 체관은 당 농도가 매우 높고 삼투압이 강하며 산소 농도가 낮은 독특한 환경인데, 실험실에서 이러한 조건을 정밀하게 유지하면서 배양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롭습니다.

5. 에너지 대사의 한계

앞서 언급했듯이 주요 에너지 생산 경로가 없기 때문에, 당분(주로 포도당)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해당과정(Glycolysis)에만 의존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효율이 매우 낮아 인공 환경에서 증식에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요약 및 현재 상황

결론적으로 파이토플라스마는 "생존에 필요한 도구 상자(유전자)를 대부분 버리고 숙주에게 완전히 의존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숙주 밖에서는 살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파이토플라스마 연구는 배양 대신 DNA 분석(PCR)이나 유전체 해독(Genome Sequencing), 또는 감염된 식물이나 곤충을 직접 이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최근 일부 연구에서 매우 복잡한 성분을 조합한 특수 배지를 통해 단기적인 생존이나 제한적인 증식에 성공했다는 보고가 가끔 나오기도 하지만,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인공 배양법은 여전히 확립되지 않은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