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공 배양이 불가능함 (Unculturable nature)
가장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일반적인 세균은 배양기에서 키워 그 형태나 생화학적 특성을 보고 분류할 수 있지만, 파이토플라스마는 '순수 배양'이 불가능한 미생물입니다. 세균의 고전적인 분류법(배양을 통한 생리적 특성 확인)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DNA를 직접 추출하여 분석하는 분자 생물학적 방법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합니다.
2. 모든 세균의 '지문' 역할 (Universal Marker)
16S rRNA 유전자는 모든 세균(Prokaryotes)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며,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보존 영역(Conserved regions): 모든 세균이 비슷하게 가지고 있는 부위가 있어, '범용 프라이머(Universal primer)'를 사용하여 파이토플라스마 DNA만 선택적으로 증폭(PCR)하기 쉽습니다. 가변 영역(Hypervariable regions): 종(Species)이나 속(Genus)마다 차이가 나는 부위가 있어, 이 염기서열을 비교하면 해당 파이토플라스마가 어떤 종류인지 식별할 수 있습니다.
3. 진화적 안정성 (Molecular Clock)
16S rRNA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리보솜의 구성 성분입니다. 이 유전자는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고 매우 느리고 안정적으로 변화합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파이토플라스마 사이의 친연관계(누구와 더 가까운 친척인지)를 파악하고 계통학적으로 분류하는 데 최적의 도구가 됩니다.
4. 이미 확립된 분류 체계 (16Sr Groups)
파이토플라스마는 국제적으로 '16Sr 그룹'이라는 체계로 분류됩니다. 전 세계 연구자들이 16S rRNA 서열을 바탕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새로운 샘플을 분석했을 때 기존의 16Sr I, 16Sr II 등의 그룹과 비교하여 신속하게 동정(Identification)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제한효소 절단 패턴 분석(RFLP)을 가상으로 수행(Virtual RFLP)하여 그룹과 하위 그룹(Subgroup)을 나누는 표준 방법론이 16S rRNA를 기반으로 정립되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파이토플라스마는 배양이 되지 않아 유전자를 통해서만 정체를 밝힐 수 있는데, 그중 16S rRNA가 모든 세균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종 간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 줄 수 있는 가장 표준적이고 데이터가 풍부한 부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더 정밀한 구분을 위해 rp(ribosomal protein), secY, tuf 유전자 등을 추가로 분석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분류와 진단은 여전히 16S rRNA가 표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