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로박테리움(Agrobacterium tumefaciens)이 자신의 T-DNA를 식물 유전체에 결합시키는 과정은 매우 정교한 분자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은 크게 인식, 절단, 이동, 핵 침투, 그리고 결합의 5단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식물 신호 감지와 vir 유전자의 활성화

식물이 상처를 입으면 세정 물질인 아세토시링곤(Acetosyringone)과 같은 페놀 화합물을 방출합니다. 아그로박테리움은 이를 감지하여 Ti-플라스미드에 있는 vir(virulence, 병원성) 유전자들을 활성화시킵니다. 이 유전자들이 T-DNA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도구'들을 만듭니다.

2. T-DNA의 생성 (절단 및 보호)

  • VirD1과 VirD2 단백질이 복합체를 이루어 Ti-플라스미드에서 T-DNA 부위의 양 끝단(Right Border, Left Border)을 인식합니다.
  • 이 단백질들은 T-DNA의 한쪽 가닥을 절단하여 단일 가닥 T-DNA(T-strand)를 만들어냅니다.
  • 이때 VirD2는 잘려 나간 T-DNA의 5' 말단에 강하게 결합하여 DNA를 보호하고, 나중에 식물 핵으로 이동하는 '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3. 식물 세포로의 수송 (4형 분비계)

  • 아그로박테리움은 VirB 유전자들을 이용해 박테리아와 식물 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일종의 통로인 4형 분비계(Type IV Secretion System, T4SS)를 형성합니다. (주사기 같은 구조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 이 통로를 통해 단일 가닥 T-DNA와 여러 Vir 단백질(VirE2, VirF 등)들이 식물 세포질로 빠져나갑니다.

4. 식물 세포질 이동과 핵으로의 침투

  • 식물 세포질로 들어온 단일 가닥 T-DNA는 식물 내의 분해 효소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VirE2 단백질이 T-DNA 전체를 감싸서 보호하며 가느다란 복합체(T-complex)를 형성합니다.
  • VirD2와 VirE2에는 핵 정착 신호(NLS, Nuclear Localization Signal)가 있어, 식물 세포의 수송 시스템을 가로채어 T-DNA를 핵공(Nuclear pore)을 통해 핵 내부로 안전하게 인도합니다.

5. 식물 유전체로의 무작위 결합 (통합)

가장 핵심적인 질문인 '어떻게 결합하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핵 안으로 들어온 T-DNA는 식물 세포가 원래 가지고 있는 DNA 복구 메커니즘을 이용합니다. 주로 비상동 말단 연결(NHEJ, Non-Homologous End Joining)이라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식물 세포가 자신의 DNA가 끊어졌을 때 이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외래 유전자인 T-DNA를 슬쩍 끼워 넣어 연결해 버리는 것입니다. 이 결합은 식물 유전체의 특정 위치가 아니라 비교적 무작위적인 위치에 일어납니다.

요약

아그로박테리움은 직접 DNA를 이어 붙이는 기술을 가졌다기보다는, 식물 세포의 검문을 통과(NLS 신호 사용)한 뒤, 식물 세포 스스로가 DNA를 수리하는 기능(NHEJ)을 역이용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식물 유전체에 박아넣는 것입니다.

이렇게 삽입된 유전자는 식물 유전자의 일부가 되어 옥신과 사이토카인을 과다 생성하게 만들고, 결국 식물에 거대한 혹(Crown gall)을 만들게 됩니다. 이 놀라운 능력 때문에 아그로박테리움은 현대 식물 생명공학에서 유전자 변형 식물(GMO)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