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적절한 농도와 시간을 지킨다면 병원체는 모두 죽지 않고 살아남아 배양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살균의 목적: '표면'의 잡균 제거
식물 잎의 겉면에는 우리가 연구하려는 병원체 외에도 공기 중에서 내려앉은 수많은 먼지, 곰팡이 포자, 일반 세균들이 붙어 있습니다. 이를 그대로 배지에 올리면 정작 식물 내부에 있는 병원체보다 외부의 잡균들이 훨씬 빨리 자라나 배양 접시를 덮어버리게 됩니다. 따라서 잎 표면에 묻은 원치 않는 잡균들만 죽이는 것이 이 과정의 핵심입니다.
2. 병원체는 식물 조직 '내부'에 존재함
식물에 병을 일으킨 병원체는 잎의 표피를 뚫고 들어가 세포 사이나 조직 내부에서 증식하고 있습니다. 차아염소산나트륨 액체는 식물 조직 내부 깊숙한 곳까지 즉각적으로 침투하지는 못합니다. 즉, 표면은 소독약에 노출되어 소독되지만, 조직 내부에 침투해 있는 병원체는 식물 세포가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해주어 살아남게 됩니다.
3. 농도와 시간 조절의 중요성
병원체까지 다 죽지 않도록 연구자들은 매우 정교하게 조건을 조절합니다. 농도: 보통 1%~5% 정도의 저농도로 희석해서 사용합니다. 시간: 30초에서 2~3분 내외로 짧게 침지합니다. 세척: 소독이 끝나면 즉시 멸균수(Sterilized Water)로 3~5회 깨끗이 헹궈내어 남아있는 소독 성분을 완전히 제거합니다. 이렇게 해야 식물 조직 내부로 소독액이 서서히 스며들어 병원체까지 죽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4. 채취 부위의 선택 (병환부 경계면)
보통 완전히 썩어버린 중심부보다는 병반이 새로 진행되고 있는 '경계면(Marginal area)'을 잘라 사용합니다. 이곳은 병원체의 활동이 가장 왕성하고 조직이 아직 비교적 단단하여 소독액으로부터 내부 병원체를 보호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요약
차아염소산나트륨 처리는 "겉은 깨끗이 닦고, 속 안에 숨어있는 녀석은 살려서 꺼내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만약 농도가 너무 높거나 너무 오래 담가둔다면 질문하신 대로 병원체까지 모두 죽어버려 배양에 실패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과정은 숙련된 기술과 실험 조건 설정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