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잎이 떨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이유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이층(離層, abscission layer) 형성의 차단' 때문입니다.
- 정상적인 낙엽 과정: 가을이 되면 나무는 겨울을 나기 위해 잎과 줄기 사이에 '이층'이라는 특수한 세포층을 만듭니다. 이 층이 형성되면 수분과 영양분 이동이 차단되고 잎이 자연스럽게 분리되어 떨어집니다.
- 참나무시들음병의 경우: 병원균(라펠리아)이 나무의 수분 이동 통로인 '도관'을 급격히 막아버립니다. 이로 인해 나무가 미처 이층을 형성할 시간도 없이 잎이 급격하게 말라 죽게 됩니다.
- 물리적 고정: 수분이 갑자기 끊겨 잎이 그 상태로 '박제'되듯 말라버리기 때문에, 가지와 잎 사이의 조직이 단단하게 붙은 채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2. 말라 죽은 잎은 언제 떨어지나?
이 병에 걸린 잎은 나무가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는 매우 늦게 떨어지거나 외부 요인에 의해 떨어집니다.
- 시기: 보통 병에 걸린 당해 연도 가을이나 겨울까지도 계속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탈락 요인: 시간이 지나면서 잎자루 조직이 풍화되어 약해지거나, 강한 바람, 비, 눈 등 물리적인 충격이 가해질 때 비로소 떨어집니다.
- 특이점: 겨울철 산에서 다른 참나무들은 잎이 다 떨어졌는데, 특정 나무만 붉게 마른 잎을 빽빽하게 달고 있다면 참나무시들음병에 걸려 고사한 나무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 잎들은 이듬해 봄 새순이 돋을 시기(물론 고사한 나무라 새순은 안 돋겠지만)까지도 남아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요약
참나무시들음병은 수분 공급을 급격히 차단하여 나무가 잎을 떨어뜨리는 준비(이층 형성)를 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에 잎이 붙어 있는 것이며, 이렇게 죽은 잎은 강풍이나 눈 같은 외부 충격이 있을 때까지 수개월 이상 가지에 매달려 있게 됩니다.